인간에게서는 왜 근친상간이 쉽게 이루어나지 않을까요 ?
인간이 성(性)에 처음으로 눈뜨는 사춘기 시절에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상대는 바로 누이나 오빠, 심지어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서는 근칭산간이 쉽게 이루어나지 않는데, 가장 접촉이 많으면서도 친족간의 결혼이 드문 이유를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들의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근친혼은 인간 뿐 아니라 동물들 사이에서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특히 같은 동배(형제자매) 사이에서는 더욱 드뭅니다. 극단적으로 동배의 두 개체만 번식기 시기에 갇혀지내는 것이 아니라면 근친상간은 동물 사이에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에 어릴적 부터 함께 지낸 개체는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웨스터마크(Westermarck=베스테르마르크) 효과'를 핀란드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웨스터마크가 주장하게 됩니다. 스웨덴계 핀란드 인류학자 에드바르드 베스테르마르크가 1891년 책 《인간 결혼의 역사》에서 근친상간 금기시에 대한 해설로서 처음 제시했는데요. 베스테르마르크 효과에 따르면 생물학적 혈연이 없어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면 성적 대상으로 여기려는 경향이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인류학자 조셉 셰퍼는 이스라엘의 키부츠 연구를 통해 유년 시절을 함께한 남녀의 결혼이 쉽지 않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키부츠(kibbutz)라는 공동체에서 자랍니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서 떨어져 함께 먹고 자며 형제처럼 자라지요. 모두가 남매처럼 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의 결혼 사례 수천 건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같은 키부츠에서 성장한 또래 남녀가 결혼한 경우는 수십 건에 불과했습니다. 그중에서도 6세 이전에 함께 지냈던 부부는 한 쌍도 없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각기 다른 키부츠 출신끼리 결혼했지요. 조셉 셰퍼는 연구를 통해 6세까지가 성적 선호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아서 울프는 타이완의 민며느리 제도를 연구했습니다. 민며느리 제도란 여아가 30개월 이전에 남자 집안으로 입양되어 살다가 성인이 되면 그 집안의 아들과 결혼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해 결혼한 부부는 일반 부부에 비해 이혼율이 세 배나 높았으며, 아내의 외도도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녀의 수도 일반 부부의 평균보다 40% 정도 적었지요. 30개월 이전에 남녀가 같은 집에서 양육되면 서로에게 성적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실험적 결과를 얻게 된 것이죠.
그러나 웨스터마크 효과는 정답은 아닌데요, 우선 에란 쇼르와 달리트 심차이의 2009년도 연구에 따르면, 키부츠 하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은 서로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성장기에 가까이 지낸다는 사실이 반드시 성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압력이나 관습, 규범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웨스터마크 효과는 후에 여러 이론에 의해 반박받았지만 후속적인 연구와 실험으로 지금까지는 가장 지지 받는 이론중에 하나입니다. 웨스터마크 효과가 정답이 아니라고 해도 남들이 다 멋있다고 말하는 친오빠가 징글징글하게 느껴지는 '현실남매'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